#37


"어떻게 인간이 자신을 쏠 수 있는지 혐오감이 들어요."

"당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은 어리석다, 그것은 현명하다, 그것은 좋다, 그것은 나쁘다, 이런 식으로 한 마디로 잘라서 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인데, 이렇게 말함으로 해서 어떤 행위의 내면적인 사정을 다 헤아릴 수 없었는가,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나요? 어째서 그러한 행위가 행해졌겠는가, 어째서 행해지지 않을 수 없었는가, 그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나요? 그러시다면 그렇게까지 성급하게 잘라서 판단할 수 없을 텐데...."
나는 외쳤네.

"어떤 종류의 행위는, 그것이 어떤 동기에서 행해졌든 간에 죄악이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당신도 시인하시겠지요."
알베르트는 말했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 말에 일단 수긍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네.
"거기에도 약간의 예외는 있을 것입니다. 도둑질이 죄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그러나 자기 자신과 가족들이 당장 굶어죽게 되었을 때, 아사를 면하기 위해 도둑질을 했다면, 그 자는 동정을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벌을 받아야 할까요? 정당한 분노가 치밀어 부정한 아내와 그녀의 비열한 유혹자를 살해하는 남편, 환희의 한 때에 이성을 잃고 억누를 길 없는 사랑의 환락에 몸을 내맡긴 소녀, 이들을 향해 누가 맨 먼저 돌을 던질 수 있단 말입니까? 냉혹하기 짝이 없는 법률이라는 이름의 계측기일지라도 반드시 감동 받아 그에 대한 형벌을 유보하지 않을까요?"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지요. 격정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는 인간은 사리분별이 전혀 없어져 있기 때문에 술 취한 사람이나 미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알베르트는 대답하였네.

"아이고 맙소사, 당신네 이성적인 사람들이여!"
나는 미소를 지으며 외쳤네.

"격정! 술 취한 사람! 미친 사람! 당신들은 그렇게 말하며 마치 남의 일처럼 태연하군요. 훌륭한 도덕군자들입니다. 술취한 사람을 나무라고, 미친 사람을 외면하고, 성직자들처럼 그 옆을 지나서는, 바리새 사람들처럼 자기가 그러한 인간 가운데 하나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겠지요. 나는 술 취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자고로 위대한 업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을 성취한 비범한 인간들은 옛날부터 모두 주정뱅이라느니, 미치광이라느니 하는 지탄을 받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보통의 경우라면 즐거워야 할 인생을 포기해 버리려고 결심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것을 다른 방법으로 상상할 수가 없는지, 우리 한 번 시도해 봅시다. 요컨대 우리들은 똑같이 그 기분을 알고 난 뒤에 그 문제에 논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어떠한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기쁨이나 슬픔, 고통 등도 어느 일정한 한도까지는 견딜 수가 있지만, 그 한도를 넘어서면 파멸하고 맙니다. 따라서 이 경우, 사람이 약하다든가 굳세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정신적인 면에서나 육체적인 면에서 어느 한도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지요. 그런데 나로선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어요. 그러므로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어 버리는 인간을 비겁한 자라 함은, 악성 열병으로 죽어 가는 사람을 비건한 자라 함과 마찬가지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이 알베르트에게는 한낱 추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하였네. 그래서 나는 얼마 전에 연못에 투신 자살을 한 한 소녀의 일을 그에게 일깨워 준 다음, 그 이야기를 그에게 되풀이 해 주었지.

"그녀는 온통 암흑 속에 잠겨 아무런 목적도 위안도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의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 사람에게서 버림을 받았으니까요. 자기 눈 앞에 있는 넓은 세계도 보이지 않고, 잃어버린 보물을 보상해 줄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도 눈앞에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고,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눈앞이 캄캄해지고, 견디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연못에 몸을 내던집니다."

"이것을 곁에서 보고 '못난 여자로군! 기다리고 있으면 될 텐데. 시간이 흐르면 절망도 진정될 것이요, 그녀를 위로해 줄 다른 남자도 나타날 텐데 말이야.' 이런 소리를 하는 자는 저주를 받아 마땅할 거요. 그것은 '그 녀석은 바보야, 열병으로 죽다니! 체력이 회복되고, 정력이 되살아나서, 피가 제대로 돌아갈 때를 기다렸다면 만사가 다 호전되고, 지금까지도 살아 있을 텐데 말야'하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36


그래도 죠다시 점장이 점잖은 양반이잖아. 애를 앉혀놓고 그러더라고.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 대신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십 년이고 이십년 후에 반드시 오늘 이 일을 되새겨보라. 그럼 이 바지가 얼마나 시시한 건지 알 수 있을 거다... 뭐, 조언이라면 조언인 셈이지. 그런데 그 양반 요즘 남들 다하는 주식인데 하며 정신 못 차리고 있거든. 그게 보편적인 인간관계야. 훔치지 않았을 뿐 결국 똑같은 관념에 갇혀 있는 인간이지. 십 년이고 이십년 후에 그 아이도 분명 어른이 될 거야. 그땐 왜 그랬을까, 나 참 하며 한참을 웃고 말겠지. 그리고 돌아서서 주택 청약자로서 아직 1순위가 아님을 무척이나 괴로워 할 거야. 전혀 달라진 인간이라 본인은 믿고 있지만, 실은 똑같은 관념을 가진 나이 든 인간일 뿐이지. 그게 보편적인 인간의

이른바 성장이야.

뭐야 바보잖아 싶겠지만 그게 인간이야. 현실적으로 살고 있다 다들 생각하지만, 실은 관념 속에서 평생을 살 뿐이지. 현실은 절대 그렇지도 않아, 라는 말은 나는 그 외의 것은 상상할 수 없어-라는 말과 같은 것이야. 현실은 늘 당대의 상상력이었어. 지구를 중심으로 해가 돈다 거품을 물던 인간도, 아내의 사타구니에 무쇠 팬티를 채우고 십자군 원정을 떠나던 인간도, 결국 아들을 낳지 못했다며 스스로 나무에 목을 맨 인간도... 모두가 당대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아>를 벗어나지 못했던 거야. 옛날 사람들은 대체 왜 그랬을까

다들 낄낄거리겠지만, 그리고 돌아서서 대학을 못 갈 바엔 죽는게 나아! 다들 괴로워하는 거지.


중간순위


종목 / 순위

기기분석 / 순위권 밖
무기화학 / 은메달
통계학개론 / 금메달

이 정도면 종합메달 노려볼만한가...
제길 ㅠㅜ

면접 일기


떨어졌던 곳에서는 다시 면접을 보러 오라 하고
나는 들떠있다.

하지만 내가 제일 못하는 건
남들앞에서 말을 하는 거고
면접을 잘 봐야 할 텐데... 하는 압박감을 가질수록
더 못 볼 것만 같고 그렇다.

하긴, 최악의 면접은 지난번에 봤으니
이젠 그정도는 아니겠지... ㅎㅎㅎ
D-day 10.

차이가 안나는 차이 일기


2차 현장실습도 떨어졌다.
같은과 동기는 삼성전기 인턴에 합격했다.

학점도 차이안나고
(내가 조금 더 좋을텐데)
그렇다고 내가 자소서를 엄청 못쓴건 아닐텐데
(잭디에서 자기소개를 얼마나 열심히 쓰는데 매번)

정말 그냥 별 차이 없는 친구사이였는데
졸지에 나는 여름방학동안 백수처럼 지내고
그 친구는 인턴을 하구나.
그래, 물론 토익공부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다시 구해서 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바쁘게 보낼테지만, 그래도 나는 백수처럼 지낼 거다. 무기력한 사람처럼.

토익 점수가 아직 없어서 그런가, 예전에 딴 점수라도 거짓말하는 거지만 적어놓을 걸 그랬나, 대외활동을 더해야 하나, 봉사활동을 채워야하나, 정말 취준생들이 스펙에 목건다더니 나도 그꼴이구나, 아니 서류에서 스펙말고 도대체 뭘 가지고 판단하는건지 난 알 수 없을 뿐더러, 몰라, 정말 뭘 가지고 판단하는지 알 수 없다, 난 알 수가 없다.

아 물론 걔는 정말 좋은 아이고
정말정말 내가 아끼는 친구지만
이대로 만약 쭉 흘러 간다면 그때도 그 아이와 나는 친구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친구도 결국 모든 면에서 어느정도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거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고,

글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나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나.
다시 계속 생각하게 되고
너무 많은 점들이 보여서
그게 너무 너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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